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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의
베이킹 라이프

추억을 간직한 공간에서

제가 베이킹에 빠지게 된 건 아마 올 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던 날.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를 보며 마음이 차분해질 때 즈음
‘울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힘든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는 딸 혜원에게 엄마는
달콤한 크렘 브륄레를 만들어 줍니다.
그럼 엄마에게 혜원이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내 기분을 이렇게 단숨에 바꿀 수 있는 마법사”
Cr?me Brulee
문득 제 어린시절을 떠올려봤습니다.
밥보다 빵을 외치던 저에게 엄마는 특별한 날이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스텔라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학교에서 상을 받았던 날,
시험이 끝난 날, 싸웠던 친구와 화해한 날.
돌이켜보면 엄마는 카스텔라를 만들어주면서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날들을
특별한 날 로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엄마와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던 주방은
저에게 안식처가 되었고, 부드러운 카스텔라는 소울푸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
혼자 사는 주방에서 카스텔라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카스텔라를 만들어봅니다.
커다란 볼에 추억 한 스푼,
그리움 한 스푼 넣어 섞습니다.
텅 빈 집안 가득 퍼지는 빵 냄새만으로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정성을 다해 만들어보는 카스텔라.
어설프고 언뜻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한 제 모습을
엄마가 본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
미리 예열된 오븐에 사각형 모양의 카스텔라를 넣고 구워봅니다.
카스텔라가 완성되기까지 30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건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엄마와의 추억을 하나 둘씩 꺼내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베이킹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엄마와의 추억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의 안식처에서 카스텔라를 만드는 순간,
그때 그 시절 엄마의 진심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은 엄마의 진심을 말입니다.